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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윤희에게, 가슴을 뛰게 하는 독립 로맨스 영화 "잘 지내니?"

by 유효 2023.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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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 포스터

<윤희에게> 줄거리

윤희(김희애)는 딸 새봄(김소혜)과 별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새벽에 출근하고 새봄은 학교를 가고 그리고 윤희는 다시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오고,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중. 엄마 윤희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먼저 편지를 읽어본 새봄은 편지 내용을 계속 되새기며, 아빠를 찾아가 엄마와 헤어진 이유에 대해 묻습니다. 아빠는 엄마는 사람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외삼촌은 엄마에 대해서 또 어디가 아프냐고 묻습니다. 새봄은 이상합니다. 엄마에게서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결혼 생활의 실마리가 이 편지에서 시작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제안합니다. 발신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자고 말입니다. 그리고 새봄을 좋아하는 경수는 새봄을 따라 몰래 일본으로 여행을 옵니다. 

끝없이 눈이 내리는 홋카이도의 마을 사실 편지를 쓴 쥰은 편지를 부칠 생각이 없었습니다. 항상 편지를 써놓고 부치지 못하는 쥰을 바라보던 고모 마사코가 편지를 몰래 부친 것이었습니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윤희에게 잘 지내니? 너는 나를 잊었을 수도 있겠지. 벌써 20년이나 지났으니까. 갑자기 너한테 내 소식을 전하고 싶었나 봐. 어제 네 꿈을 꿨어. 나는 가끔 네 꿈을 꾸게 되는 날이면 너에게 편지를 쓰곤 했어. 망설이다 보니 시간이 흘렀네. 나는 비겁했어. 너한테서 도망쳤고, 여전히 도망치고 있는 거야. 


새봄은 이 애절하고 따뜻한 편지가 엄마의 삶을 조금 더 생기 있게 해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쥰을 먼저 만난 뒤, 엄마 윤희와 함께 만날 수 있는 작전을 짭니다. 그 작전을 짜면서 경수와 함께 있는 걸 엄마에게 들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생기고요. 그리고 드디어 영화의 끝자락에서 윤희와 쥰이 마주합니다. 

영화에서 그들은 많은 대사나 장면이 나오진 않지만,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둘의 감정이 느껴지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윤희는 영화 전반부와는 다른 얼굴로 화면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좀처럼 표정이 없었던 얼굴에 표정이 생겼습니다. 많은 대사가 오고 가지 않아도 배우들의 명품연기로 영화 속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는 멋진 마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사랑은 어떤 모양인가요?

사랑에는 다양한 모양이 있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는 모성애, 친구들과의 우애, 그리고 연인 간의 사랑. 그리고 연인이 꼭 남녀라는 법은 없는 것이지요.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들이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딸 새봄은 어쩌면 그런 엄마를 있는 그대로 보는 아주 중요한 관찰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윤희에게  '병'이 있다고 말하는 외삼촌과 아내와 사랑의 감정을 나누지 못했던 남편. 그리고 진심으로 그들에게 정상인 사람이 되지 못해,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윤희는 그나마 딸 새봄을 사랑하기 때문에 인생의 줄을 놓지 않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쥰이 윤희를 그리워했던 것처럼 윤희도 "나도 네 꿈을 꿔..."라는 짧은 말을 남깁니다. 

그들의 사랑은 긴 세월을 돌고 돌았지만,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겠지만 윤희와 쥰은 서로 도망가고 묻어두었던 시간들을 조금씩 정리하고 각자의 진짜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할지도 모릅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사랑의 모양이 다양하다는 걸 사람들도 인정하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영화 <윤희에게>에도 여성 간의 애뜻한 로맨스 감정이 드러나지만, 사람들은 그 사랑을 부담스럽거나 거부감 있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석해 보면 윤희와 쥰이 아닌 오래된 연인에게 있을법한 감정들이 영화에 묻어 나오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모양이 어떻든, 우리는 그 모양이 아닌 그 사랑을 이루고 있는 이야기를 깊게 보게 되는 것입니다. 

 

따뜻한 봄이 오기 전, 아직 얼어 있는 마음을 눈과 함께 호호 불어 녹이고 싶을 때 추천합니다. 

애틋했던 옛사랑이 생각날 때, 윤희와 쥰의 이야기를 보면 나의 감정도 눈과 함께 파묻힐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미처 보내지 못했던 편지를 과감히 우체통에 넣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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