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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리틀 포레스트, 계절의 효능을 보여주는 힐링 영화

by 유효 2023.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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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리틀 포레스트> 영화 줄거리 소개 

혜원(김태리)는 임용고시에 또 한 번 낙방합니다. 그것까진 오케이, 하지만 그녀와 함께 준비했던 남자친구는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시험, 연애, 취업 뭐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 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도태될 수 없어, 편의점 알바를 하고 살림살이를 아끼기 위해 유통기한이 지난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혜원은 잠시 일상을 멈추기 위해, 자신의 고향 시골집으로 돌아옵니다. 고등학교 때 엄마가 집을 나간 후, 혜원도 대학 생활을 위해 바로 서울로 올라왔던 집. 하지만 집은 생각보다 깨끗했습니다. 누군가 보살펴줬다는 느낌을 받은 것처럼 말입니다. 

눈이 가득 쌓인 집에 마을 사람들 몰래 돌아온 혜원은 불을 지피고, 텃밭에 다 마른 배추라도 얼기설기 뜯어다 배춧국을 끓여, 수제비를 듬성듬성 넣습니다. 추운 자신의 몸을 녹이는 제대로 된 식사를 집에 돌아와서야 하게 된 것입니다. 

고향에 계속 남아 일을 하고 있는 은숙(진기주)과 사회생활에 지쳐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고향에 내려온 재하(류준열)은 혜원의 방문에 반가워합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혜원도 자신만의 시계를 아주 천천히 돌리게 됩니다. 

혜원은 엄마가 떠난 후, 고향을 싫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혜원은 고향집에서 엄마와의 추억들을 돌이켜보며, 왜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엄마가 이 시골에 남아 혜원에게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지 점점 깨닫게 됩니다. 

봄에는 봄에 나는 채소들을 먹고, 여름에는 한여름의 시원함과 논밭의 일을 돌보고, 가을에는 익어가는 계절의 맛을 즐기고, 겨울에는 또다시 돌아올 봄을 준비하는 나를 차곡차곡 채워나가며 비로소 혜원은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엄마가 찾던, 자신만의 숲을 혜원도 찾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1년 동안의 고향 생활을 마치고 혜원은 다시 서울로 돌아갑니다. 고향에 내려온 것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려던 것이 아니라, 쉬지 않고 달려온 자신을 위한 휴식이었으니까요. 

 

계절과 음식이 담긴 영화

집에 돌아와 한 첫 식사, 알배추 전과 수제비를 시작으로 엄마가 해주던 시루떡, 막걸리와 부침개, 봄의 꽃을 따서 향을 함께 먹는 꽃파스타, 아카시아 꽃 튀김, 에그 샐러드, 오이로 만든 콩국수, 친구들과 먹는 떡볶이, 잘 말려줘야 하는 곶감 등 리틀 포레스트는 채식을 기본으로 한, 사계절의 식단을 만들고 보여줍니다. 

채소가 자라는 시간 그리고 수확해, 요리가 되는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흘러갑니다. 급하게 요리를 하지 않고, 고향에서 일과를 마치고 나의 배를 단단히 채우기 위해 만드는 식사. 식재료를 위해 혜원은 농사일을 돕기도 하고, 직접 재배를 하기도 하고 끊임없이 재료를 얻기 위해 자연에서 일을 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리고 계절을 오롯이 다 견디고 지나야만이 그 계절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따뜻함이 영상으로 가득 담겨나옵니다. 실제로 감독은 사계절의 모습을 잘 담기 위해, 인위적인 합성이나 CG 없이 사계절 동안 천천히 촬영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채식을 선택한 이유도 느림의 미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엄마와 딸의 관계

혜원은 집을 나간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무책임한 엄마라고 생각했습니다. 딸이 성인이 되니 바로 집을 나가는 엄마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혜원은 고향집에서 혼자 지내면서 서서히 엄마를 이해하게 됩니다. 가족도 없이 남편과 아이를 위해서 이 시골집에서 자리 잡았던 엄마에게도 어디론가 나가고 싶은 꿈이 있었겠지요. 혜원이 시골에서 사는 내내 서울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살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영화 말미, 임용고시에 합격한 혜원이 다시 고향집으로 내려오는 장면에서 집에서 누군가의 흔적이 보이고 혜원의 놀라는 표정으로 막을 내립니다. 관객들이 혜원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찾은 엄마가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말입니다. 딸은 당시에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결국에는 그녀의 길을 똑같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건 아마도 사계절이 지나도 어김없이 봄에 꽃이 피고, 여름이 초록으로 덮였다가, 가을에 물들어가고 겨울엔 다시 봄을 준비하며 생을 마감하는 발자취를 또다시 다음 해 봄이 쫓는 것과 같은 이치인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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